[헌법]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위헌확인 등]

[헌재 2014.05.29 2012헌마641 , 결정문[기각,각하]]

【이유】

결정

「사건」2012헌마641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위헌확인 등

청구인1. 김○철

2. 윤○구

3. 민○두

4. 최○환

5. 손○민

6. 이○구

청구인들의 대리인 법무법인 양재

담당변호사 최병모, 한택근, 김현임, 김필성, 고현석, 민승현, 김이지, 이아람

선고일2014. 5. 29.

「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 중 헌법재판소법(2011. 4. 5. 법률 제10546호로 개정된 것) 제68조 제1항 본문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에 대한 청구를 기각하고, 나머지 청구를 각하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들은 1979. 11.경부터 1981. 6.경까지 당국의 허가 없이 반체제의식이 담긴 사회과학서적에 관한 세미나를 하는 등 불법집회를 하고, 신군부 타도 등 현저히 사회적 불안을 야기시킬 우려가 있는 시위를 주관하거나 음모·선동하였다는 이유로 1981. 8. 31. 서울형사지방법원에 계엄법위반 및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이하 ‘집시법’이라 한다)위반으로 각 공소제기되어(81고단5934) 유죄판결을 선고받고, 이에 대한 항소심에서 청구인 윤○구, 민○두는 각 징역 2년의, 청구인 최○환, 김○철, 손○민은 각 징역 1년 6월의, 청구인 이○구는 징역 10월의 형을 선고받았는데(서울고등법원 1982. 5. 22. 선고 82노771 판결, 이하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이라 한다) 이에 대해 상고하지 아니하거나 상고기각되어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이 확정되었다.

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9. 6. 15. 위 사건을 청구인들에 대한 불법구금상태에서 치안본부 대공분실 수사관들의 고문, 가혹행위에 의한 허위진술로 ‘전국민주노동자연맹·전국민주학생연맹’이 반국가단체 등으로 조작되어 처벌받은 사건이라고 진실규명 결정을 하고, 국가는 이들에 대한 재심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권고를 하였다.

다. 청구인들은 2009. 12. 16. 서울고등법원에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였고, 서울고등법원은 이에 대해 심리한 결과 ① 계엄법위반의 점에 대해서는, 전두환 등이 1979. 12. 12. 군사반란 및 1980. 5. 18. 광주민주화항쟁을 전후하여 행한 일련의 행위는 내란죄가 되어 헌정질서파괴범죄에 해당하는바, 청구인들의 각 계엄법위반 행위는 전두환 등의 이러한 헌정질서파괴범행을 저지하거나 반대함으로써 헌법의 존립과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행위로서 형법 제20조 소정의 정당행위에 해당하므로 범죄로 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무죄를, ② 집시법위반의 점에 대해서는, 청구인들에 대하여 적용된 구 집시법(1989. 3. 29. 법률 제409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제4호의 “현저히 사회적 불안을 야기시킬 우려가 있는 집회 또는 시위 금지”가 삭제되었는데 이는 종전의 입법이 부당하다는 반성적 고려에 의한 것이므로 청구인들의 각 집시법위반의 점은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 소정의 “범죄 후 법령개폐로 형이 폐지된 때”에 해당한다고 하여 면소를 각 선고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0. 12. 30. 선고 2009재노81, 2010재노21(병합) 판결]. 이에 대한 청구인들과 검사의 상고는 모두 기각되었다(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1도730 판결).

라. 이에 청구인들은, 헌법재판소가 1992. 1. 28. 선고한 89헌가8 결정에서 구 집시법(1980. 12. 18. 법률 제3278호로 개정되고, 1989. 3. 29. 법률 제409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제4호(이하 ‘구 집시법조항’이라 한다)에 대하여 한정합헌결정을 하였으므로 집시법위반의 점에 대해서는 면소가 아닌 무죄가 선고되어야 함을 주장하며, 2012. 7. 17.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에서 제외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의 위헌확인 및 위 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1도730 판결 중 청구인들의 집시법 위반의 점에 대한 면소 부분의 취

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헌법재판소법(2011. 4. 5. 법률 제10546호로 개정된 것) 제68조 제1항 본문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 및 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1도730 판결 중 청구인들의 집시법 위반의 점에 대한 면소 부분(이하 ‘이 사건 판결’이라 한다)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이 사건 법률조항의 내용은 다음(밑줄 친 부분)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헌법재판소법(2011. 4. 5. 법률 제10546호로 개정된 것)

제68조(청구 사유) ①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不行使)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에 청구할 수 있다.

3. 청구인들의 주장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소원의 심판대상에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시킨 것은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함과 동시에 권력분립원칙에 반하고, 체계정당성에도 위배되며 평등권 및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

이 사건 판결은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구 집시법 제3조 제1항 제4호를 적용하여 청구인들에게 무죄가 아닌 면소를 선고함으로써 청구인들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였으므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고 또한 취소되어야 한다.

4.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청구 부분에 관한 판단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법률조항과 동일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구 헌법재판소법(2011. 4. 5. 법률 제1054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8조 제1항 본문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에 대하여 이미 ‘법원의 재판’에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도 내에서 헌법에 위반된다는 한정위헌결정(헌재 1997. 12. 24. 96헌마172등)을 선고하여 위헌 부분을 제거하면서 그 나머지 부분이 합헌임을 밝힌 바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위헌 부분이 제거된 나머지 부분으로 이미 그 내용이 축소된 것이고, 이에 관하여는 이를 합헌이라고 판단한 선례들과 달리 판단하여야 할 아무런 사정변경이 없으므로(헌재 2012. 11. 29. 2011헌마194등 참조),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들의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5. 이 사건 판결에 대한 청구 부분에 관한 판단

가. 쟁점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에 따라 원칙적으로 법원의 재판을 대상으로 한 헌법소원심판청구는 허용되지 아니하고, 다만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에 대하여만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따른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헌재 2002. 5. 30. 2001헌마781). 그러므로 이 사건 판결이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예외적인 재판에 해당하는지, 즉 이 사건 판결이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률조항을 적용하여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인지 여부가 이 부분의 쟁점이다.

나. 구 집시법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의 존재 여부

헌법재판소는 1992. 1. 28. 선고한 89헌가8 결정에서 구 집시법조항에 대하여

“1989. 3. 29. 전문개정 전의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1980. 12. 18. 법률 제3278호) 제3조 제1항 제4호, 제14조 제1항은 각 그 소정행위가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것이 명백한 경우에 적용된다고 할 것이므로 이러한 해석하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한정합헌결정을 선고하였다. 한정합헌결정은 위헌적인 해석 가능성과 그에 따른 법적용을 소극적으로 배제한 것으로, 위헌적인 법적용 영역과 그에 상응하는 해석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배제하는 한정위헌결정과 마찬가지로 위헌결정에 해당하고 기속력이 발생한다(헌재 1997. 12. 24. 96헌마172등 참조). 그러므로 구 집시법조항을 헌법재판소가 합헌적이라고 해석한 의미 이외의 내용으로 해석·적용하는 것은 위 89헌가8 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

다. 이 사건 판결이 위헌법률을 적용한 것인지 여부

이 사건 판결이 헌법재판소가 합헌적이라고 해석한 의미 이외의 내용으로 구 집시법조항을 해석·적용하여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법원이 청구인들의 집시법위반의 점에 대한 유무죄 판단 없이 면소판결을 한 것이, 그 행위가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것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구 집시법조항이 적용된다는 전제 아래 이를 ‘적용’한 것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면소판결은 종국재판이기는 하나 공소사실의 존부에 관한 심리를 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사건 판결이 구 집시법조항 중 위헌으로 판단된 부분을 여전히 유효하다는 전제 아래 이를 적용하였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다만 이 사건 판결 이유를 자세히 읽어보면 “제1심은 구 집시법 제3조 제1항 제4호를 적용하였으나, 그 후 개정된 집시법은 구 집시법 제3조 제1항 제4호를 삭제하였는바…”라는 표현이 있고, 공소사

실을 부인하는 청구인들의 법정진술에 대하여 그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기에 앞서 법률상의 이유로 집시법위반의 점에 관하여 면소 판결을 선고하여야 한다고 설시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이 사건 판결이 적극적으로 구 집시법조항을 위헌이라고 판단된 내용으로 해석하여 적용하였다고 볼 여지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적용’ 여부가 의심스럽다고 볼 경우 다음과 같은 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정합헌결정에서 위헌으로 판단된 부분의 적용으로 인해 문제되는 점은 적용 그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그 적용이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고, 나아가 헌법재판제도의 의의, 권력분립원칙에 반하는 데에 있다(헌재 1997. 12. 24. 96헌마172등 참조). 그렇다면 이 사건 판결이 구 집시법조항을 위헌이라고 판단된 내용으로 해석하여 적용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법원이 구 집시법조항에 대한 한정합헌결정의 취지를 반영하여 청구인들의 행위가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것이 명백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가려 유죄 또는 무죄의 판단을 하였어야 하는데, 이에 이르지 않고 구 집시법조항의 폐지를 이유로 면소판결을 한 것이 한정합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지, 나아가 헌법재판소의 존재의의, 권력분립원칙 등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대법원은 범죄 후 법령의 개폐로 그 형이 폐지되었을 경우 면소판결을 선고하여야 함에도 이에 관하여 무죄로서의 실체적 재판을 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보고(대법원 2010. 7. 15. 선고 2007도7523 판결 등), 면소판결에 대하여 실체판결을 구하여 상고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대법원 2005. 9. 29. 선고 2005도4738 판결 등), 대통령긴급조치위반 사건(대법원 2010. 12. 16. 선고 2010도5986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형벌에 관한 법령이 재심판결 당시 폐지되었다 하더라도 그 ‘폐지’가 당초부터 헌법에 위배되어

효력이 없는 법령에 대한 것이었다면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이 규정하는 ‘범죄로 되지 아니한 때’의 무죄사유에 해당하는 것이지,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의 면소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면소판결에 대하여 무죄판결인 실체판결이 선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상고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지만, 위와 같은 경우에는 이와 달리 면소를 할 수 없고 피고인에게 무죄의 선고를 하여야 하므로 면소를 선고한 판결에 대하여 상고가 가능하다.”고 하여 형벌조항이 당초부터 위헌이라면 그 폐지 여부를 불문하고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살피건대, ① 한정합헌결정의 기속력은 위헌으로 판단된 법률의 해석 및 적용에 근거한 국가행위를 중지함을 의미하는데, 이 사건 판결이 구 집시법조항 중 위헌으로 판단된 부분을 여전히 유효하다는 전제 아래 이를 적극적으로 적용했다고 볼 수는 없는 점, ② 범죄 후 반성적 고려에 의한 법령의 개폐로 그 형이 폐지되었을 경우 면소판결을 선고함이 원칙인 점, ③ 대법원 2010도5986 판결은 형벌규정이 당초부터 위헌이라면 피고인에게 실체판결청구권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아 면소판결에 대해 무죄주장의 상고가 허용된다는 취지인바, 구 집시법조항의 경우 각 그 소정행위가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것이 명백한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사안을 놓고 집회 또는 시위의 장소, 목적, 태양, 내용 등 모든 정황을 종합하여 그 위험이 객관적으로 예측 판단될 경우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을 필요로 하는데(위 89헌가8 결정 참조), 이렇게 형벌조항의 위헌부분이 일의적이지 않아 위헌부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사실인정과 증거판단이 필요한 경우에는 ‘당초부터 위헌’이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는 점, ④ 청구인들은 89헌가8 결정 취지에 따를 경우 청구인들의 행위는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판단한

부분에 해당하므로 당연히 무죄가 선고될 것임을 전제로 하고 있으나, 청구인 김○철의 경우 일부 공소사실은 89헌가8 결정 취지에 따르더라도 그 공소사실이 그대로 인정될 경우에는 소정행위가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것이 명백하지 않다고 보기 어려워 오히려 법원이 89헌가8 결정 취지에 따라 위 청구인의 소정행위가 위헌부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가린다면 합헌부분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무죄판결을 받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법원이 구 집시법조항을 문언 그대로 적용하여 유죄판단을 하였다면 기속력에 반한다고 볼 수 있겠지만, 청구인들의 행위가 구 집시법조항 중 위헌으로 해석되는 부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다시 사실인정과 증거판단이 필요한 상황에서, 법원이 한정합헌결정의 취지에 따라 청구인들의 행위가 위헌으로 해석되는 부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가리는 데 이르지 아니하고, 소송경제적 관점에서 면소판결을 한 것을 두고 위 89헌가8 결정의 기속력에 반한다거나 헌법재판소의 존재의의, 나아가 권력분립원칙에 반한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라. 소결

따라서 이 사건 판결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예외적인 재판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그 취소를 구하는 이 부분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6.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 중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부분은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고, 이 사건 판결에 대한 부분은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장재판관박한철
재판관이정미
재판관김이수
재판관이진성
재판관김창종
재판관안창호
재판관서기석
재판관조용호

원문 페이지로 이동하기